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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카페오후의 풍경 댓글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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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중딱지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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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심가의 어느 카페, 늦여름 오후.

와이프를 기다리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홀짝이고 있는데, 맞은편 대각선 자리에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모델을 해도 손색없을 만큼 키가 크고 잘생긴 젊은 남자였다. 주변의 시선을 끌 만큼 인상적인 외모라 나도 모르게 눈길이 갔다.

그런데 잠시 후, 한 여자가 다가와 남자 옆 의자에 털썩 앉았다. 흠칫 놀랄 만큼 예쁜 여자였다. 하지만 그 여자의 첫마디는 의외였다.

“저 아세요?”

남자가 당황해 대답했다. “아, 글쎄요. 여자분은…?”

여자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뇨, 그냥 이쪽에 관심이 있어서요.”

그 순간 공기의 긴장감이 달라졌다. 마치 무대 위에서 준비된 장면이 시작되는 것 같았다. 여자의 태도는 당돌했고, 남자의 태도는 차분했다. 남자는 커피잔을 들고 태연히 마셨다. 그런데 그 순간, 그녀의 왼손에서 빛나는 반지가 보였다. 분명 결혼반지였다.

그럼에도 여자는 자리를 뜨지 않았다. 남자를 향해 시선을 고정한 채 여전히 대담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남자는 눈빛조차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담담하게 한마디를 던졌다.

“그냥, 관심만 가지세요.”

그리고는 무심하게 휴대폰을 꺼내 메시지를 확인했다. 여자는 결국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짧지만 강렬한 한 장면. 관객처럼 지켜보던 나는 마치 연극의 막이 내린 듯한 여운에 잠겼다.

잠시 뒤, 내 앞에 와이프가 도착했다. 다리를 꼬고 앉으며 무심하게 물었다.

“저 아세요?”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뭐래 짜증나니까 아이스 라떼로 사와.”

언제나 같은 와이프의 퉁명스러운 대답이었다!

다시 고개를 돌려봤지만, 방금까지 드라마 같은 장면을 펼쳤던 남자는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마치 짧은 연극이 끝난 후 배우들이 무대에서 퇴장한 것처럼.

그 자리에 남은 건, 몰래 우리 부부의 대화를 듣고 박장대소하거나 웃음을 참기위해 애쓰는 주변 사람들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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